취업준비를 마치며 적는 회고

2021년은 취업으로 가득한 한 해였다. 2021년의 회고를 적어볼까 하다가, 이 글에서는 취업에 대한 회고만 적고 작년 전체에 대한 회고는 따로 적어보려고 한다. 사실 글을 적다 보면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들이 섞이면서 짬뽕이 될 것 같지만.

 

2020년 10월 ~ 2021년 2월: 웹 개발자가 자리가 많대..

내 취업 준비는 학교 사업단에서 웹 개발자로 잠깐 일을 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어떤 직무로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제일 재밌게 개발했을 때가 플러터로 모바일 앱을 개발했을 때였는데, 졸업을 코앞에 두고 이제 와서 네이티브를 공부하기에는 부담이 되었고, 플러터를 공부하기에는 플러터로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이 한정되어 있다고 느꼈다.

한창 고민을 하던 즈음에 연구실 지도교수님이 교내 사업단의 웹 개발자를 모집한다는 공지를 올리셨다. 그래서 웹은 자리가 많으니까 웹 개발자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자바스크립트, HTML, CSS를 할 줄 알면 된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프로젝트 팀에 들어갔다.

그리고 내가 마주한 업무는 퍼블리싱부터 시작해서 Angular, MongoDB, Express, 그리고 약간의 Flask였다. 미쳤다..

자바스크립트로 console.log 정도만 찍을 줄 알던 나한테 프론트엔드부터 백엔드까지 감당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때 나는 어차피 취업을 하려면 스택을 쌓아야 하니까 이걸 기회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020년 10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나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프로젝트에만 집중했다. 중간에 랩실 동생이 합류해서 잘 서포트해주었고 내가 목표한 영역까지는 무사히 구현을 해낼 수 있었다.

이런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나는 CORS의 늪에 빠져 고생도 해보고, 전임자가 넣어둔 RxJS를 멋모르고 사용하다가 고생도 해보고, Express 서버를 만들면서 고생을 하기도 했다.

이때 나는 웹 개발에 너무 지치게 되었고, 웹 개발자는 진짜 싫다는 생각을 했다.

 

2021년 3월 ~ 6월: 경험삼아 다 넣어보자!

2021년 3월이 되면서 채용공고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때 처음으로 자소설닷컴에 가입도 해보고 입사서류도 써봤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프로그래머스도 이때 처음 가입했다. 이 시기에 대한 회고는 이 글에 적혀있다.

나는 사실 코딩테스트 문제를 주기적으로 계속 풀어왔다고 생각해서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브론즈 문제만 열심히 풀어놓고는ㅋㅋ 덕분에 이때 나는 무수한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와 "귀하의 역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를 받게 되었다.

 

2021년 6월: 첫 면접, 그리고 개발자 교육

연속된 서류와 코딩테스트 탈락 메일을 받으면서 하반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기대하고 있지 않았던 라인플러스에서 코딩 테스트 합격 메일을 받게 되었다. 이 전형에 대한 회고는 이 글에 적혀 있다. 첫 면접이라서 너무 떨렸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아는게 없는데 무작정 면접을 봤다.

면접관: 자바스크립트는 어떤 언어인가요?
나: 함수형 언어입니다.
면접관: 그럼 함수형 언어에 대해서 설명해주실래요?
나: 모르겠습니다.
면접관: ????

이 정도였다.

이 면접을 통해서 나는 CS는 진짜 기본 중의 기본이고 프로젝트랑 주 언어에 대한 지식이 진짜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라인플러스 면접에서 떨어지고, 나는 개발자 교육으로 눈을 돌렸다. X코드, XXX코딩 등, 다양한 부트캠프가 있었지만 가격이 너무 살인적이었다. 4년 동안 학비를 전액으로 꼬박꼬박 내면서 다녔는데 또 돈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우테캠, 싸피, 부스트캠프에 지원을 하게 되었다. 부스트캠프는 iOS로 지원했는데, 어차피 부캠을 하면 취업준비를 다시 하는 격이니까 그냥 하고 싶은걸 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때, iOS를 해보고 싶다는 말에 유셩장이 부스트캠프를 추천해주기도 했다.

그중에서 우테캠은 떨어졌고, 싸피와 부스트캠프는 합격했다.

 

2021년 6월: 선택의 순간에서

싸피에 합격하기 일주일 전쯤에, 면접을 보았던 모교 개발팀의 교직원 자리에도 합격을 하게 되었다. 그때 내 앞에는 세 개의 선택지가 있었다.

1년 계약직 교직원, 싸피, 부스트캠프이었다.

교직원으로 일하게 되면 꽤 괜찮은 보수를 얻을 수 있었고, 돈을 벌면서 취업준비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할 일이 "개발자"로서 하는 일이 될지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싸피는 지원금도 주고, 내가 그토록 원했던, 열정 있는 친구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진짜 하기 싫었던 웹이었다.

 

그리고 부스트캠프는 제일 받고 싶은 교육이었지만 한 달 동안 챌린지를 하고 떨어지면 다시 남은게 아무것도 없는 취준생으로 돌아가게 되는, 그야말로 답이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었다..

나는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데, 이때는 그냥 걸어보기로 결정했다. 지금 해보고 싶은걸 안해보면 나중에 진짜 후회할 것 같았다.

그렇게 부스트캠프에 입과했다.

 

2021년 7월 ~ 2021년 12월: 부캠, 부캠, 부캠

2021년의 여름, 가을, 겨울은 부스트캠프로 가득 찼다. 내 인생에 이렇게 재미있게 개발에만 몰입할 수 있는 시기가 또 올까 싶다.

부캠을 하다보니 어느새 취업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때의 나에게 부캠은 취업을 위한 마일스톤이 아니었다. 스위프트가 너무 재미있었고, iOS도, 아키텍처 공부도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부캠에서 만난 사람들도 좋았고, 그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낸 프로젝트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 기간에 대한 회고는 아래에 리스트업 해둔다.

부스트캠프 웹모바일 6기 챌린지 1주차 회고

부스트캠프 웹모바일 6기 챌린지 2주차 회고

부스트캠프 웹모바일 6기 챌린지 3주차 회고

부스트캠프 웹모바일 6기 챌린지 4주차 회고 + 멤버십 결과

부스트캠프 웹모바일 6기 멤버십 학습 스프린트 회고

부스트캠프 웹모바일 6기를 마무리하며 적는 회고

 

2021년 12월: 다시 돌아온 취업준비

부스트캠프가 끝나고 제대로 취업준비를 할 시간조차도 없었다. 네트워킹 데이가 끝난 다음 날부터 채용공고가 계속 올라오기 시작했고, 자소서를 쓰고 코딩테스트를 준비하기에 바빴다.

나는 메이트러너 팀원들, 그리고 다른 팀에서 혼자 취업준비를 하시는 분과 함께 스터디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 중 둘은 중간에 취업이 확정되어서 스터디를 중단하고, 남은 셋이서 함께 스터디를 했다.

준비를 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불안감이었다. 나에게 다시는 이런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iOS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너무 많고, 코딩테스트도 내 실력이 너무 부족했다. 12월에 지원한 첫 회사의 코딩테스트를 볼 때는 너무 안풀려서,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나는 취업이 확정되기 전날까지도 매일 점심 때 카페에 가서 밤 8-9시가 되어서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밥을 먹고 또 새벽 3-4시까지 공부를 했다. 시간을 딱 정해둔 것은 아니었지만 모르는게 너무 많아서 그걸 채우려고 애쓰고 애쓰다보니까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공부에 쏟아부었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또 면접에 가서 아무말도 못할 것 같았다.

12월과 1월에 나는 총 8곳에 지원했고, 코딩테스트에서 세 곳에서 불합격을 받았다. 그리고 과제 전형에서 한 곳에 불합격하고, 총 네 곳(한 곳은 교육이었다)에서 면접이 잡히게 되었다.

 

2022년 1월: 면접

이번 1월에는 총 8번의 면접을 봤다.

면접을 준비할 때는 작년 6월에 보았던 라인 면접이 계속 떠올랐다. 그때는 면접 경험이 엄청 좋았다고 느꼈는데, 어버버 하면서 아무 말도 못하고 나왔던 게 트라우마처럼 남아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두려움이 좋은 작용을 하기도 한 것 같다.

기술면접은 기초적인 전공과목들, 스위프트와 iOS, 그리고 우리 프로젝트에서 사용한 라이브러리인 RxSwift를 공부했다.

기술 면접은 진짜 준비를 하고 또 해도 쉽지 않다. 그래도 공부한 내용들, 알고 있는 내용들을 잘 정리해서 이야기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스위프트에서는 진짜 모르는 게 없는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스위프트를 진짜 열심히 공부했다. 메모리 레벨도 들여다보고, 내부 코드를 뜯어보기도 했다.

면접 보기 전날, 면접 보는 날에는 눈 감기 전, 눈 뜨고 난 직후에 무조건 노션에 정리한 기술 문답을 계속 읽었다. 나는 암기에 소질이 별로 없어서, 그냥 무작정 많이 읽는 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전략이 잘 맞아떨어졌는지, 나는 네 번의 기술 면접에서 모두 합격할 수 있었다.

인성면접은 진짜 어렵다. 모른다고 할 수도 없고, 너무 솔직하면 떨어뜨릴 것 같고, 그렇다고 거짓말은 하기 싫었다.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말하기로 하고, 최대한 예상되는 질문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결과

결과적으로는 다 잘 풀린 것 같다. 최종 면접을 본 회사 중 두 곳에 최종 합격을 하고, 그중에는 내가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도 있다. 그리고 뿌듯 한 것은, 네 번의 기술 면접에서는 모두 합격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라인 인턴 면접을 마치고 쓴 회고

작년 6월에 라인 인턴 면접을 회고하면서 이렇게 적은 적이 있다. 그리고 다시 라인에 도전했고, 이번에는 라인 파이낸셜에서 개발자로서의 첫 시작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마무리

취업을 준비하면서 "너는 잘 될 거야"라는 말이 단 한 번도 와닿았던 적이 없다. 물론 응원과 격려의 말이니 고맙긴 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네이버"라는 수식어가 부캠 앞에 붙어서인지 부스트캠프를 마치면 당연히 "네카라" 중 한 곳을 가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에게 가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제발~~" 이렇게 말하면서 넘기긴 했지만 속은 항상 뒤집어졌다.

코딩테스트를 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면접이 끝나고 줌이 꺼진 뒤에 밀려드는 두려움에 숨이 막혔던 적도 있다.

절대로 끝이 없는 터널에서 기약없이 달리는 기분이었다. 불합격 메일을 하나씩 받을 때마다 희미하게나마 보이던 불빛이 점점 꺼지는 느낌이었고, 불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미안해서 부모님에게 어디에 지원했다는 말을 꺼내는 것 조차도 힘이 들었다.

그런 순간들을 속에서 감사하게 느껴지는 것은 주변에 너무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집에는 가족들이 있었고,
눈 앞에 발자국이 있는 것처럼 따라갈 수 있는 목표가 되어준 시형이형,
5개월간 동고동락했기에 서로의 마음을 더 잘 알고 있는 정원, 민지, 유진, 태훈님이 옆에 있었다.

도저히 더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사람이 있어서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지금은 후련함과 함께 두려움이 크다. 내가 제 몫을 해낼 수 있을지, 중간에 잘리게 되는건 아닌지 걱정이 산더미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직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고, 입사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가늠조차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이 감사함을 마음껏 느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