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마치며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

2년 차를 보내며

올해부터는 2년 차 개발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처음 신입으로 입사해 업무를 시작할 때는 이슈 하나를 받을 때마다 내가 해결 못하는 문제일까 벌벌 떨었는데, 이제는 작은 한숨과 함께 아무렇지도 않게 이슈해결을 시작한다. 슬랙에서 나를 멘션하는 횟수가 많아지고, 하나하나 다 팀원들에게 물어보면서 결정을 내리던 내가 타 팀 멤버들과 논의해 직접 결정을 내릴 때, 그리고 그 결정에 확신이 있을 때면 "언제 내가 이렇게 됐지" 하고 괜스레 뿌듯해하기도 한다.

올해는 코드적인 기여를 많이 한 한 해였다. 어떤 날은 하루에 PR을 5개씩 올리기도 했다. 내가 만든 완전히 새로운 화면이 서비스에 들어가기도 하고, 기존 레거시를 SwiftUI로 밑바닥부터 다시 짠 화면들도 생겼다. 내가 만든 화면들이 생기니 이슈에 대한 대응도 빨라지고 책임감도 많이 생기게 되었다.

연차가 쌓일수록 나에게 요구되는 것들이 많아짐을 점점 느끼지만, 기분좋은 부담감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회사에서 심은 잔디..

 

SwiftUI

올해부터 팀에서는 SwiftU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들도 인터넷에 많지만 iOS 15 부터는 그래도 꽤 사용하기에 용이해진 것 같다. 체감되는 좋은 점은 SwiftUI를 사용하면 UI 구현 속도가 비약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UI 구현 공수가 작아지니 구조나 어려운 스펙 구현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가 된다.

물론 UI 이슈가 나오면 해결이 너무 힘들다. UIKit 기반에 SwiftUI를 붙이는 방식에서 나오는 UI이슈들은 몇 시간을 고민하고 헤매야 겨우 해결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팀에 스유 고수 분이 계셔서 어려울 때 물어보기도 쉽고, 쉽게 쓸 수 있는 컴포넌트들도 만들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된다.

아직 커뮤니티에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일단 나는 스유 사용에 왕찬성표를 던진다!

 

인정을 받는다는 것에 대하여

작년에 비해 내 능력을 인정받는 일이 늘어났다. 나에게 큰 프로젝트가 맡겨지기도 하고, 내가 확인한 것에 대해 의구심보다는 믿음을 주는 동료들을 만났다. 사실 온 힘을 다해 노력해도 내가 한 것에 대한 인정을 받는 것이 쉽지 않다. 내가 해낸 작은 것들도 알아봐주고 노력을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게 정말 행복한 일이다.

올해부터는 PR이나 회의에서 의견을 조금씩 내고 있는데, 팀원들은 항상 내 의견을 귀 기울여 듣고 좋은 의견이라 생각되는 부분들은 항상 좋은 대응이라고 인정을 해준다. 이런 인정들이 나를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만들고 내 업무와 코드에 책임감을 가지게 한다.

특히 우리 팀은 내가 유일한 신입이기도 하고, 윗 분들과 연차 차이가 많이 나는데, 그래도 나를 많이 배려해 주는 팀원들을 만나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던 한 해였다.

 

iOS 스터디 

올해는 한동대학교 학생들 중 iOS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모아 스터디를 시작했다. 처음엔 20여 명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5명이 남았다.. 아무 기초가 없는 사람들에게 객체지향이나 UI 적인 구현을 단기간에 요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과제가 힘들더라도 이런 모임에 오래 참여하려면 일단 마음을 붙여야 하는데 학생들에게 그런 기회를 주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교육의 어려움을 다시금 체감하기도 했다. 비대면으로 진행하다 보니 케어가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난이도 조절을 잘하지 못한 것 같다. 지금은 그룹 프로젝트를 어떻게든 진행 중이지만 잘 가르쳐주지 못한 채로 프로젝트를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어렵기도 하다. 일단 2월 전에 프로젝트를 끝내고 싶은데.. 최선을 다해봐야겠다.

 

마음 챙기기

올해 4월쯤,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도저히 못 버티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다. 순간적으로 숨이 막히는 공황증세를 느껴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상담센터를 찾았다. 잘 맞는 상담사를 만나는 것도 큰 축복이라고 들었는데, 나는 한 번에 정말 잘 맞는 상담사님을 만났다. 내가 회사에서 느끼는 불안감과 걱정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같이 찾고, 도움이 되는 훈련법을 배웠다. 

선생님의 표현에 따르면, 나는 보통 사람들이 "빨가면 사과 -> 사과는 맛있어" 정도에서 끝나는 생각의 꼬리물기를 "맛있으면 바나나 -> 바나나는 길어 -> 길면 기차 -> 기차는 빨라 -> 빠르면 비행기 -> 비행기는 높아 -> 높으면 백두산"까지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한다ㅋㅋ 그런데 정말 맞는 말이다. 너무 많은 생각들이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고 힘들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떤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되면 의식적으로 내가 얼마나 생각하고 있었지? 라는 질문을 던져 생각의 생각을 끊어내게 만들게 하는 습관을 만들어가고 있다. 물론 잘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결국 오래 버티려면 몸과 마음의 체력이 중요한 것 같다. 내년에도 상담실을 다시 찾아가 봐야겠다.

 

새로운 취미들 

러닝 👟

메이트러너 프로젝트를 했던 것이 운명이었던 것인지 올해 여름부터 러닝을 시작했다. 뛰면서 숨이 차서 한계인가 싶다가도 어느 순간 몸과 마음이 다 편해지는 것을 느낄 때마다 행복감이 찾아온다. 그리고 집에 들어와서 샤워 후 마시는 파워에이드 한 잔에 중독됐다ㅎㅎ 처음에는 1KM도 제대로 못 뛰었는데 언젠가부터 4KM 정도까지는 쉬지 않고 뛸 수 있게 되었다. 12월은 잠시 러닝을 쉬었지만, 1월부터 다시 시작해서 내년 3월에는 10KM 마라톤에 참여할 생각이다.

LP 🎧

LP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팀에 엘피 마니아 분이 계셔서 그분의 이야기를 듣다가 홀린 듯이 나도 턴테이블을 사고 말았다. 나는 하나에 빠지면 정말 진심으로 노력하는 성격이라 엘피도 열심히 모으기 시작했다. Post Malone, HONNE, 백예린 등 좋아하는 가수들의 음반을 모으는 것도 재밌고 쉬는 날이나 밤에 엘피를 틀어두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기분 좋은 시간이 된다. 좋은 취미를 잘 시작했다!

 

고맙고 좋은 사람들

올해는 지난 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16 한스트 친구들이 모두 서울로 취업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 주자였던 영인이까지 취업을 하게 되어서 정말 기분 좋은 연말이었다. 간간히 만나기는 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다들 모이기가 어려웠는데, 올해는 매 달 주기적으로 모이기도 하고 12월 초에는 함께 스키장도 다녀왔다. 내 인생 첫 스키장을 이 친구들과 보내고 밤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이 큰 행복이었다. 

영인이 여능이와는 연말에 유독 더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영인이 초대로 교회에 가보기도 하고, 서로의 사랑을 응원해 주며 소개팅도 주선해주고 있다ㅋㅋㅋ 아마 올 한 해 모든 카톡방에서 이야기한 것보다 두 사람과 단톡방에서 이야기 한 횟수가 더 많을 것 같다. 2-3년 안에 결혼을 꿈꾸는 우리를 응원하며..

소중한 애기새내기들은 하나둘씩 졸업을 하고 있다. 다은이는 벌써 석사 2년 차를 마무리하고, 수윤이는 졸업전시를, 혜영이는 대학원 연구실에서 인턴을 하기도 했다. 남내기 들도 전역 후 복학해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 수윤이의 디그리를 맞아서 모두 다 포항에 모였었는데, 19년으로 돌아간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시끌벅적한 아이들을 보면서 행복함을 느끼기도 했다. (갑자기 비상이 걸려서 수윤이의 디그리는 결국 못 봤다)

연말에는 자유학교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결혼식장이나 홈커밍에서 보직친구들이랑 재미있게 시간을 많이 보냈다. 너무 오랜만에 봐서 좀 어색할 것 같기도 했는데 같이 동고동락했던 시간들이 있어서인지 마냥 반갑고 즐겁기만 했다.

부캠 동료들도 주기적으로 만났다. 개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많이 없는데, 부캠 동료들은 모두 같은 iOS 개발자이기도 하고 서로 통하는 것들도 많아 항상 이야깃거리가 많다. 

올해는 친구들의 결혼소식을 참 많이 들었다. 하나 둘 떠나가는 걸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두려워하고 어려워하는 사람인데, 이대로 가다가는 진짜 이렇게 아무 변화 없이 늙어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몇 번의 소개팅에 참여하기도 했다. 좋은 사람과 좋은 시간들을 더 만들길 기대하며!🙏

 

내년에도 나를 좋아해주는, 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의미있는 시간들을 채워나가길 고대한다!

 

그리고.. 저 삼촌이 됐어요!

올해 10월에 삼촌이 되었다! 누나의 임신 소식을 듣고는 별로 감흥이 없었는데 며칠 전에 아기를 직접 보고, 또 안아보니까 기분이 새로웠다. 내년에 돈 많이 벌어서 장난감을 많이 사주고 싶다ㅋㅋ! 김하루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