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트캠프 웹모바일 6기를 마무리하며 적는 회고

믿기지 않지만 끝이 났다.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미션을 7시까지 끝내고 싶어서 점심도 먹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 머리를 싸매고 있었던 게 벌써 5개월이나 지났다. Swift가 처음이라 모든 것이 무서웠던 내가 50명이 넘는 사람들과 기업 관계자들 앞에서 우리 팀이 만든 앱을 발표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나에게 다시 한번이라도 이렇게 개발에 울고 웃을 수 있는 기회가 또 올까 싶은 생각과,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취업을 할 수 있을까라는 막막함이 있는 가운데 회고를 적어본다.

 

6주간의 그룹 프로젝트 - 시작, 기획 주간 (1주)

그룹 프로젝트는 챌린지 기간 이후로는 전혀 접점이 없었던 유진님의 DM으로 팀을 만들면서 시작하게 되었다. 부캠에 친한 사람도 없고, 성격 탓에 사람들과 교류를 많이 하지 않다 보니 선뜻 누군가에게 같이 팀을 하자고 말하기 어려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유진님도 진짜 용기 내셔서 나한테 물어보신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챌린지에서 만났던 유진님은 다른 사람의 코드도 자기 코드처럼 정말 꼼꼼하게 읽던 캠퍼로 머릿속에 남아있어 큰 고민 없이 프로젝트를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팀 슬랙 채널이 만들어지고 정원님, 민지 님이 팀원으로 있는 것을 보았을 때는 오 실력자분들이 계시네!라고 느꼈다. 정원님은 피어 세션에서 딱 하루 봤을 때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민지 님은 일단 부캠을 두 번 한다는 것부터 이 사람은 보통이 아니다 라고 생각했다.

 

팀 이름은 아마도 자연스럽게 애플 가든으로 정해졌다. 그리고 아마도 자연스럽게 정원님이 팀장이 되었다...

 

우리 팀의 주제 선정 과정은 쉽지 않았는데, 동영상 편집 앱과 실시간 달리기 앱을 최종 후보로 결정했고 최종적으로는 실시간 달리기 앱을 선택하게 되었다. 뒤늦게 들어보니 팀원들 모두 실시간 달리기가 가능할지 의심했다고.. (사실은 나도 그랬다.)

 

일주일 동안의 기획 주간에는 코드는 단 한 줄도 안 적고 다 같이 기획회의와 피그마만 미친 듯이 했다. 기획은 생각보다 정말 빨리 나왔는데, 피그마로 디자인을 하는 게 정말 어려웠다.. 결국 우리는 NRC, 런데이, 투두 메이트의 디자인들을 섞어 엄청난 혼종을 만들어냈다ㅋㅋ 그치만 생각보다 진짜 예쁘게 나왔다. 유진님이 디자인 감각이 좋으셔서 그래도 괜찮았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이렇게 화면이 엄청 많은 앱의 기획이 마무리되었다. 기획할 때는 제대로 된 iOS 프로젝트를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떤 작업을 하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될지 가늠이 잘 안되었는데 이렇게 피그마를 다시 보니 우리가 좀 무리했던 것 같다ㅋㅋㅋ 사실 당근 마켓처럼 업적 배지를 주자는 의견도 있었는지만(최초 기획에는 포함되어 있었다) 빼길 잘했다 정말..

 

6주간의 그룹 프로젝트 - 멘토와의 만남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멘토가 배정되었다. 어떤 사람이 멘토가 될까 궁금하기도 하고 내심 설레기도 했는데, 명단을 보고 깜짝 놀랐다.. 군대에서 선후임으로 만나고, 대학교도 한동을 함께 졸업한 유셩장이 멘토로 배정되었다ㅋㅋㅋㅋ 부캠도 형한테 추천을 받고 시작했는데, 여기서 이런 식으로 또 만날 줄은 진짜 몰랐다... 

ㅋㅋㅋㅋㅋ아직도 어이없다..

그래도 이미 잘 아는 사람이 멘토라서 질문도 마음껏 할 수 있었고 멘토링 시간이 긴장되는 시간이라기보다는 궁금한 것들을 해서 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서 오히려 좋았다.

 

6주간의 그룹 프로젝트 - 개발 주간 (4주)

기획이 끝나고 한 달 동안은 개발 주간이었다. 아키텍처도 서로 이해하는 게 다를 수도 있고, 구현에 대한 생각도 각자 다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많이 우왕좌왕했던 것 같다. 그래서 첫 주는 거의 만들어진 게 없다시피 데모 발표를 했었던 것 같다. 원래 우리 팀의 계획은 혼자 달리기 모드를 1주 차에 끝내는 거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ㅋㅋ 3주 차까지 달리기 구현하고 있었으니까..

 

처음에는 합이 잘 안 맞는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각자 할 일들이 명확해지면서 구현의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나는 아키텍처와 서비스단 구현에 힘을 많이 썼던 것 같고, 민지 님은 파이어 베이스 관련 기능들, 정원님과 유진님은 기록 탭과 친구 탭의 기능들을 맡아서 만들어주었다. 사실 내가 아키텍처랑 리팩터링에 너무 집착해서 내가 다른 탭의 기능들도 나누어 받아서 구현할 수 있었는데도 팀원들에게 구현을 너무 맡겨버린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있다.

 

개발 1주 차의 어느 날, 그리고 2주 차의 어느 날에 유진님, 정원님과 지하철역으로 가면서 "우리 그래도 빠른 것 같은데요? 이 속도면 금방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저 발언은 아직까지도 우리 팀의 웃음거리다ㅋㅋㅋㅋ

 

실제로 달리기 기능이 완전히 완성된 건 마지막 주차였다..

 

6주간의 그룹 프로젝트 - 테스트 주간 (1주)

우리 팀은 MVVM과 클린 아키텍처를 도입했기 때문에, 이렇게 구조를 나누어두고 테스트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견이 팀원들 사이에서 합쳐졌다. 그래서 유즈 케이스와 뷰 모델을 확실하게 테스트하기로 했다.

 

나는 내가 하던 작업이 거의 마무리되어가고 있었고, 다른 팀원들은 각자 구현에 바빴기 때문에, 테스트 주간 월요일에 내가 모든 테스트를 한 번에 이슈에 등록했다. 총 44개의 테스트가 등록되었는데, 내가 올려놓고도 조금 어이가 없었다. 금요일에 최종 발표니까 사실상 4일이 남았는데, 다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이 시기에 나는 팀원들의 끈기와 책임감에 놀랐는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테스트를 다 마무리했기 때문이었다. RxTest를 모두가 처음 해봐서 익숙하지도 않고, 생각보다 더 복잡하게 짜인 유즈 케이스나 뷰 모델들이 있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을 텐데 다들 정말 대단하다. 

 

우리는 44개의 테스트 중에 43개 (RxSwift에 이슈가 있어서 한 파일을 테스트하지 못했다.)를 완료했고, 뷰 모델, 유즈 케이스 커버리지는 90퍼센트 이상, 전체 코드 커버리지는 30%로 테스트를 마무리했다.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이때는 최종 데모영상의 촬영도 했는데 진짜 너무 추운데 오랜만에 뛰니까 너무 힘들었다..

열심히 뛰고 지쳐있는 우리..

 

네트워킹 데이 최종 발표

네트워킹 데이의 발표는 내가 맡았다. 발표에 큰 욕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팀원들 중에 공채 면접을 준비하는 분들도 있었고, 발표를 조금 부담스러워하는 분도 있는 눈치라서 그냥 내가 한다고 했다. 내가 발표할 때 잘 긴장하거나 떨지 않는 편이라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발표를 준비하면서 내용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최대한 Why와 So What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우리가 왜 이런 아키텍처를 사용하게 되었는지, 왜 이렇게 구현했는지, 이를 통해 얻은 게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최대한 담았다. 그리고 우리가 피땀 흘려가며 수행한 단위 테스트는 아키텍처 설계에 대한 Why를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고, 파이어 베이스 하루 제한량이 터져 본 경험은 이미지 캐싱 이야기에 대한 기승전결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되었다.

 

민지 님이 만들어주신 영상도 딱딱한 분위기를 잘 풀어주었던 것 같고, 발표 시작 전후로 팀원들이 많이 응원해주셔서 무사히 발표를 잘 마칠 수 있었다. 

 

발표를 마친 뒤에는 라인 파이낸셜과 네이버 파파고에서 우리 팀에 방문해주셨다. 약 4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프로젝트에 대해서 칭찬도 해주시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진짜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얻은 것

사람을 얻은 것.

6월의 회고에서 나는 부캠에서 같은 목표를 가진 열정있는 개발자들을 만나서 함께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고 적은 적이 있다. 이번에 부캠에서 같이 팀이 된 정원님, 민지님, 유진님과 나의 조합은 아주아주 좋았다. 한 번쯤은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법한데, 서로 많이 배려해주었고 개발도 각자 자신의 작업에 몰입할 수 있게 모두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간 것 같다. 항상 차분하게 생각하고 말하는 뷰 장인 정원님, "실시간 통신 제가 할게요"라고 말하고 다음 날 진짜 짠하고 만들어왔던 민지님, 귀여운 이모지 기능을 제안하고 또 제대로 만들어낸 유진님이 없었다면 우리 앱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부캠을 해서 참 다행이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여러분 👏👏👏

 

애정이 담긴 프로젝트를 얻은 것.

부스트캠프를 시작하면서 가장 얻고 싶었던 것이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는 멋진 프로젝트를 하나 만드는 것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6주 동안 우리가 가진 전부를 쏟아부었던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그런지 애정이 많이 남는 프로젝트이다. 부캠이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레포에 종종 들어가 본다.

 

잘한 것

무지성 설계와 구현을 멈춘 것.

나는 코딩을 할 때 일단 만들고 보는 습관이 있다. 그러다 보니 설계에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아키텍처 같은 부분도 신경을 써 본적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계속해서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뭘까라는 물음을 던지고, 지속 가능한 코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코디네이터를 처음 도입할 때는 몇 시간 동안 단 한 줄의 코드도 적지 않고 자료수집만 했고, 코디네이터를 써서 얻는 게 무엇인지 고민했다. 

 

사소한 것이라도 포기하지 않은 것.

파이어 베이스 JSON을 파싱 하는 코드를 만드는 것도, 이미지 캐싱을 만드는 것도, 단위 테스트를 만드는 것도 모두 중간중간에 지치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하다 보니 어떻게든 되었다. 이것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어떻게든 잘 해냈던 것 같다.

 

아쉬운 것

앱스토어에 출시하지 못한 것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내 목표는 사실 앱스토어에 앱을 내는 것이었다. 사실 우리 팀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보면 앱스토어에 출시를 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치정보가 조금 마음에 걸리고, 기록 숨기기/삭제 같은 기능이 없어서 사람들에게 퍼블릭하게 노출되는 게 조금 무섭긴 하다. 서버를 조금 덜 쓰는 앱이었으면 나았을 텐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우리는 서버를 써서 좋은 앱이 나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앞으로의 계획과 생각 

부캠이 끝나고 부캠연계 채용공고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직 iOS도 잘 모르는데 코테도 준비하고, CS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많이 불안하긴 하다. 그래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언제나 그렇듯이 지금 주어진 것들에 최선을 다하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팀원들과 스터디도 꾸려졌고, 잘 준비해서 iOS 개발자로 첫 발을 잘 내디디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