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과 취업준비에 대한 회고와 생각들

졸업

눈 깜짝할 사이에 졸업이 다가왔다. 상담심리에서 컴퓨터공학까지 달려온 과정들과, 자유학교, 군입대와 복학, 한동에서 경험한 모든 일들과 한동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까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스쳐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학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아직 찾지는 못했다. 나에게 대학은 취업 사관학교였는지, 학문의 요람이었는지는 아직도 아리송하다. 정신없이 열심히 살다 보니 5학년이 되었고, 취업 준비를 하다 보니 학기가 끝나버렸다.

 

그래도 대학에 와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먼저,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되었다. 내가 되고자 하는 나의 모습을 바라고 꾸며내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고 허망한 일이지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즐거워하는 것,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법, 내가 잘 못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2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나 자신을 찾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아이유의 팔레트 라는 곡이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자연스러운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도 만났다.

 

그리고 적성을 찾게 되었다. 대학에 오지 않았으면 개발자는 나에게 멀고도 먼 다른 세계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나는 옛날부터 손재주가 없지만 뭔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그림은 못 그리지만 레고는 잘 만들었고, 찰흙으로 작품을 만드는 건 꽝이었지만 프라모델은 멋지게 조립하는 능력이 있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코딩으로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 잘 맞는 일이다. 상담을 계속 전공했다면 진짜로 힘들었을 것 같다.

취업준비 - 12전 11패

이번 상반기는 경험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진짜로 가고싶은 회사들만 서류를 넣어보았다. 결과는 참담했지만..

1. 네이버 신입 공채: 코테 탈
2. 라인플러스 신입 공채: 코테 탈
3. 라인플러스 전환형 인턴: 코테 합 > 서류 합 > 최종 면접 탈
4. CJ 올리브네트웍스 신입 공채: 서류 탈
5. 신한은행 신입 공채: 서류 탈
6. 우아한 테크캠프: 1차 코테 합 > 2차 코테 탈
7. SSAFY: 서류 합 > 1차 시험 합 > 면접 결과 기다리는 중
8. 한동대학교 정보화개발팀: 서류 합 > 면접 합
9. 한국투자증권 신입 공채: 서류 탈
10. 사람인HR 신입 공채: 서류 합 > 코테 미응시
11. 카카오 전환형 인턴: 코테 탈
12. 카카오 커머스 신입 공채: 코테 탈

모교의 개발직 교직원을 합격하고, SSAFY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소위 네카라 라고 불리는 자사 서비스를 개발하는 IT 기업에는 모두 지원했지만, 코딩 테스트에서 모두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했고, 금융권이나 일반 대기업에서는 서류에서 모두 탈락했다. 코딩 테스트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고, 프로젝트도 부족했다. 라인플러스 인턴 면접은 내가 부족한 게 어떤 것인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취업준비 - 무엇이 문제인가?

취업준비를 5학년 1학기에 시작한 나도 참 대책이 없다.. 최소한 직무라도 확실히 정해야됐는데 그게 가장 아쉽다. 내가 구성한 포트폴리오는 Angular 로 만든 프론트엔드, NodeJS로 만든 서버, Flutter로 만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섞여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하고 싶다고 했지만, 너도나도 사용하는 React로 만든 결과물들이 없으며 어떤 것 하나 깊이 파고든 기술이 없다. 다양한 경험과 빠른 러닝 커브를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SSAFY나 부스트 캠프 같은 부트캠프형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비슷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한 기술에 대해 스페셜티를 가지기 위해서이다.

 

코딩테스트 역시 아직 너무나 부족하다. 라인플러스 인턴은 2달간 해 온 코딩 테스트 대비 수련에 정점에 도달했을 때 보아서 큰 어려움 없이 통과할 수 있었지만, 다른 코딩 테스트들은 모두 준비가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봤다. 그래도 라인플러스 코테를 뚫어보니 자신감이 생기고 꾸준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도메인 지식의 부족함이다. 웹 개발자를 한다고 하면 웹에 대한 지식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 JavaScript는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고 네트워크 각 레이어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도 지세히 알고 있어야 한다. 공부가 많이 부족함을 느끼고 시간을 들여서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가야겠다.

모교에서 교직원으로 일하기

모교 교직원 자리에 합격통보를 받고 기분이 좋기보다는 고민이 많이 되었다. 계약직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미래의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과 환경이 나에게 주어지는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직전까지도 교직원을 하는 게 맞는 것인지 고민 중이었는데, 어느 정도 해답이 나온 것 같다. 교직원으로 일하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다음과 같다.

1. 돈을 벌 수 있다.
2. 당장 1년 동안의 생활은 안정된다.
3. 개발자로 일할 수 있다.
4. 실무를 경험해볼 수 있다.
5. 여자친구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수 있다.
6. 퇴근 후/주말 시간을 취업준비를 하며 집중할 수 있다.
7. 아마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1년 이상 일할 수 있을 것이다.
8. 면접 경험이 좋았다. 함께 일하게 될 분들에 대해 기대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1. 대학교 개발직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가?
2. 젊은 집단이 아니다.
3. 잡다한 업무를 많이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4. 레거시 기술의 유지보수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생각은, 어느 집단에서 일하던 분명 배우게 되는 일들이 있고 급여를 통해 나에게 주어진 금전적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면서 동시에 개발자의 일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일을 해보는 방향으로 고려하고 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

나는 학부생활을 연구실에서 했고, 주변에 개발자로 취업하고자 하는 친구들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SSAFY 나 부스트캠프 를 정말 하고 싶었다. 같은 꿈과 목표를 가진 또래 친구들을 만나 함께 성장하고 좋은 영향력을 주고받는 것에 대한 로망 같은 게 있다.

 

SSAFY는 Java와 Spring 위주의 교육이기 때문에 클라이언트 개발을 하고 싶어 하는 나는 별로 끌리지 않지만, 커리큘럼도 잘 되어있고 취업에 대한 도움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부스트캠프는 조금 더 클라이언트 사이드에 집중하는 것 같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서 합격해도 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지원서를 냈다. 웹으로 지원할까 iOS로 지원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내가 가장 즐겁게 개발했던 것이 Flutter로 모바일 앱을 개발한 기억이기 때문에 iOS 트랙으로 지원을 해보았다.

 

코딩 테스트는 한 번 봐보고, 결과가 좋으면 생각해보아야겠다.

마무리와 여름 계획

회고를 쓰려고 했는데 회고가 아니라 고민 늘어놓기가 되어버렸다. 6월과 7월은 나에게 일어날 엄청난 변화들이 예고되어있는 달이다. 일을 하게 될지, 어딘가에서 교육을 받게 될지 정말 예상할 수가 없다. 그래서 지금은 지금 떠오르는 생각을 고민하고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해야겠다. 12월의 회고에는 기쁨과 열정으로 가득한 글들을 막힘없이 써 내려갈 수 있길 바라본다.